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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통영에서 / 강형철

 

 

 

 

 

 

 

 

 

 

 

 

 

 

 

 

 

 

 

 

 

   가지런한 치열처럼 정겨웠던 항구

   누군가 돌아오기만 하면 받아 안을 그런 항구

   가끔은 숨은 품 안에서 목련 몇 송이

   소박하게 꺼내 웃어줄 그런 항구

   이제 통영엔 없다네

 

   사람 사는 곳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아파트를 높게 세워 남해 바람을 막고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노라던 시인 대신

   바다 건너 상표의 옷가지를 판매하던 상인들

   시장 한복판에 세워두고  고단하게

   저물어 가는 새로운 통영만이 있다네

 

   아, 거기 또 있다네

   광대한 토지 저 먼 육지에 버려두고

   미륵산 자락으로 돌아와 황토와 함께 저물어 가는 사람

   평사리 지나 원주 토지 문학관 지나 포구 자락에

   놀고 있는 멸치 몇 마리 그리워

   유도화 몇 송이 그리워

   아니 세병관 놀던 자리 못 잊어

   산자락 찾아 이제사 가쁜 숨을 놓아버린

   '남 못지 않은 나그네'*

   돌아와 자기 삶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세찬 바람에게 가르치고 있는 이 나라 어머니,

   이 나라 작가 한 사람

   이제 그곳에 머물고 있다네

   우리 모두의 온몸 돌아볼 전신 거울로 돌아와

   풀 잔디로 어여쁜 -

 

                     - * 박경리의 시 "여행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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