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맨 아래 넣어두었던
마지막 김치 포기를 정리했습니다
당신과 내가 농사지은 무와 배추로 담근 김치지요.
그러니까 벌써 두 해를 넘긴 김치네요.
당신이 담가놓은 김치가
늘 거기 있음에 안심이 되었기에
그냥 거기 두고 있었습니다.
그냥 거기 두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언제까지 거기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오늘은 마지막 남은 김치를 꺼내 찌개를 끓였습니다.
딸아이와 나는 저녁상을 차려
김치찌개를 가운데 두고 밥을 먹었습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거기 둘 걸,
정리하지 말 걸,
자꾸만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곤 꾸역꾸역이라는 말이
어떤 모습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 / 곽재구 (0) | 2024.09.26 |
---|---|
매듭 / 윤혜영 (0) | 2024.09.26 |
비스듬히 / 권상진 (0) | 2024.09.26 |
이번엔 뒷문으로 / 전동균 (0) | 2024.09.26 |
어머니라는 말 / 이대흠 (0) | 2024.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