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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꾸역꾸역 / 박상천

 

 

 

 

 

 

 

 

 

 

 

 

 

 

 

 

 

 

 

 

 

 

 

  김치냉장고 맨 아래 넣어두었던

  마지막 김치 포기를 정리했습니다

  당신과 내가 농사지은 무와 배추로 담근 김치지요.

  그러니까 벌써 두 해를 넘긴 김치네요.

  당신이 담가놓은 김치가

  늘 거기 있음에 안심이 되었기에

  그냥 거기 두고 있었습니다.

  그냥 거기 두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언제까지 거기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오늘은 마지막 남은 김치를 꺼내 찌개를 끓였습니다.

  딸아이와 나는 저녁상을 차려

  김치찌개를 가운데 두고 밥을 먹었습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거기 둘 걸,

  정리하지 말 걸,

  자꾸만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곤 꾸역꾸역이라는 말이

  어떤 모습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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