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가 익어, 익어서 떨어지듯이
우리도 떨어져서 낮게 더 낮게 떨어져서
파묻힐 수 있다면
파묻혀서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다시 기적처럼 푸른 손 흔들며
뽀송뽀송 돋아날 수 있다면
내가 빨아먹은 천도복숭아 씨
싱싱한, 싱싱한 먼 풍경보다 더 아련한 초월도
마른 풀잎처럼 쉽게 부서지는 우리 사랑도
한숨 소리 같은 생활도
비 뿌리듯이 낮게낮게 내린다면
가을에는 우리들도 익어간다면
익어서 썩을 수 있다면
썩어서 다시 몇 갑절로 싹틀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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