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것이 남편을 닮은 둘쨋놈이 보고파서
호남선 삼등 야간열차로 육십 고개 오르듯
숨가쁘게 오셨다.
아들놈의 출판기념회 때는
푸짐한 며느리와 나란히 앉아 아직
안 가라앉은 숨소리 끝에다가
방울방울 맺히는 눈물을 내게만
사알짝 사알짝 보이시더니
타고난 시골솜씨 한철 만나셨나
산 일번지에 오셔서 이불 빨고 양말 빨고
콧수건 빨고, 김치, 동치미, 고추장,
청국장 담그신다.
양념보다 맛있는 사투리로 담그신다.
엄니, 엄니, 내려가실 때는요
비행기 태워드릴께.
안 탈란다, 안 탈란다, 값도 비싸고
이북으로 끌고 가면 어쩔 게야?
옆에서 며느리는 웃어쌓지만
나는 허전하여 눈물만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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