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그 골목은 세상을 모두 둥글게 잠재운다 / 김영남

 

 

 

 

 

 

 

 

 

 

 

 

 

 

 

 

 

 

 

 

 

 

 

  깎아주고 덤이 있는 골목.

  그 골목은 좌판 사과가 둥글고,

  리어카의 손잡이가 둥글고,

  그리고 그 흥정이 둥그네.

  거기에서 소리를 지르면 순이, 철이,

  용호네 아줌마들이 골목에서 둥글게 모여드네.

  구불구불 세상을 돌아서 골목이

  하늘로 올라가고, 밤이 되면

  둥근 동산을 연탄처럼 굴러서 달이 떠오르네.

  그러나 보게나!

  둥글지 못해 한 동네를 이룰 수 없는 것들,

  둥근 것을 깔아뭉개고 뻣뻣하게 서 있는

  저 아파트들을.

  이곳에선 둥글지 않으면 모두가 낯설어한다네.

  나도 허리를 둥글게 말아 방문을 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