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주고 덤이 있는 골목.
그 골목은 좌판 사과가 둥글고,
리어카의 손잡이가 둥글고,
그리고 그 흥정이 둥그네.
거기에서 소리를 지르면 순이, 철이,
용호네 아줌마들이 골목에서 둥글게 모여드네.
구불구불 세상을 돌아서 골목이
하늘로 올라가고, 밤이 되면
둥근 동산을 연탄처럼 굴러서 달이 떠오르네.
그러나 보게나!
둥글지 못해 한 동네를 이룰 수 없는 것들,
둥근 것을 깔아뭉개고 뻣뻣하게 서 있는
저 아파트들을.
이곳에선 둥글지 않으면 모두가 낯설어한다네.
나도 허리를 둥글게 말아 방문을 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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