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놓칠까 봐 혜화역 계단 급히 내려가는데
느긋하게 지상으로 올라오는 한 여자
휴대폰에다 대고 연신 멸치 멸치 나쁜 멸치
내 뒤로 저무는 바다를 끌고 온 삼천포 아가씨도
그 말 듣고 눈이 동그레 진다
애인이 멸치인가 봐
그녀는 남편이 멸치일 거라는데
비쩍 말랐는지 통통한지 모를 나쁜 멸치
뼈째 씹어먹어도 분 풀리지 않을 기세로
애인인지 남편인지 매섭게 통화하던 여자도 멀어지고
통째로 먹히기도 , 부분만 취해지기도 하는 세상
뜨거운 국물에 골수 다 빼주고도 버려지는
산재한 멸치 멸치 나쁜 멸치 중얼거리다가
막차 놓칠 뻔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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