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장터 골목길에선 때도 없이 목쉰 울음에
꺾이는 토종닭의 푸득임과 마주쳐야한다.
한 솥 백숙으로 달아오르거나
생닭으로 팔려나가기 위해 수시로 털 뽑히는
숨가쁜 눈동자와 얼굴을 맞대야 한다.
어느 산골 미명의 골짜기를 깨우며 건강한 날개짓으로
활기차기도 하였을텐데 지난날을 그리워 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잘려나간 한 시절
끓는 물에 벗겨진 맨 몸의 기억이 바람결에
깃털처럼 가볍기만하다.
이젠 잘못든 길도 내 길 같기도 하고 끌며 끌리며
찍어온 발자욱들이 뎅겅 잘린 발목처럼 저 홀로 떠돈다.
아직 펄떡이는 그리움이 남았거든
목 쉰 울음이라도 핏기가 돌까
살아서 치욕스런 나날에 목을 비틀어 칼을
들이댄다 한들 무슨 울음으로 저항할 것인가
허리 숙여 맞아줄 맑은 새벽과 생목들의 그렁그렁한
울림도 없는 세상, 철망에 뿌리를 박고
지나온 내력을 몸 안에 가둔다.
더 이상 마음 둘 곳 없는 막다른 길목의 막막함마저
거두어들이는 재빠른 손놀림
잘려진 사연들이 홰를 치며 뛰어올라도
저 무심한 결별들을 탓하지 않으리라.
들끓는 세상 기름띠로 뭉칠지라도
푸르렀던 한 시절로 충분하였으니 한 줌 햇살로
다시 태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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