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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토종닭 / 고창환

 

 

 

 

 

 

 

 

 

 

 

 

 

 

 

 

 

 

 

 

 

 

  모란 장터 골목길에선 때도 없이 목쉰 울음에

  꺾이는 토종닭의 푸득임과 마주쳐야한다.

  한 솥 백숙으로 달아오르거나

  생닭으로 팔려나가기 위해 수시로 털 뽑히는

  숨가쁜 눈동자와 얼굴을 맞대야 한다.

  어느 산골 미명의 골짜기를 깨우며 건강한 날개짓으로

  활기차기도 하였을텐데  지난날을 그리워 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잘려나간 한 시절

  끓는 물에 벗겨진 맨 몸의 기억이 바람결에

  깃털처럼 가볍기만하다.

  이젠 잘못든 길도 내 길 같기도 하고 끌며 끌리며

  찍어온 발자욱들이 뎅겅 잘린 발목처럼 저 홀로 떠돈다.

  아직 펄떡이는 그리움이 남았거든

  목 쉰 울음이라도 핏기가 돌까

  살아서 치욕스런 나날에 목을 비틀어 칼을

  들이댄다 한들 무슨 울음으로 저항할 것인가

  허리 숙여 맞아줄 맑은 새벽과 생목들의 그렁그렁한

  울림도 없는 세상,  철망에 뿌리를 박고

  지나온 내력을 몸 안에 가둔다.

  더 이상 마음 둘 곳 없는 막다른 길목의 막막함마저

  거두어들이는 재빠른 손놀림

  잘려진 사연들이 홰를 치며 뛰어올라도

  저 무심한 결별들을 탓하지 않으리라.

  들끓는 세상 기름띠로 뭉칠지라도

  푸르렀던 한 시절로 충분하였으니 한 줌 햇살로

  다시 태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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