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야지
전나무 그늘이 한 겹씩 엷어지고
국화꽃 한두 송이 바람을 물들이면
흩어졌던 영혼의 양 떼 모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가서 한 생애 버려뒀던 빈집을 고쳐야지
수십 년 누적된 병인을 찾아 무너진 담을 쌓고
창을 바르고 상한 가지 다독여 등불 앞에 앉히면
만월처럼 따뜻한 밤이 오고 내 생애 망가진
부분들이 수묵처럼 떠 오른다
단비처럼 그 위에 내리는 쓸쓸한 평화
한 때는 부서지는 열기로 날을 지새고
이제는 수리하는 노고로 밤을 밝히는 가을은
꿈도 없이 깊은 잠의 평안으로 온다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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