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
목을 맨 올가미가 온종일 나를 끌고 다닌다
사무실로 거리로 찻집으로 술집으로
또 무슨 식장으로 끌고 다닌다
서투른 근엄을 위장해 주고 더러는 나를
비굴하게 만들고 갖가지 자유를 결박하는 끈
도대체 누굴까?
이 견고한 줄로 내 목을 거뜬히 옭아 쥔 자는
답답해라
어머니의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이후
나는 아무런 줄도 잡지 못하고
불안한 도시 안갯속을 헤매는 양(羊)
제발 정신 좀 차려야지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하면서
뒤틀린 넥타이를 고쳐 매지만 나는 다시
고분고분 길들여진다
낯선 시간 속으로 바쁘게 끌려가는
서러운 노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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