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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흘리고 다니는 여자 / 하순명

 

 

 

 

 

 

 

 

 

 

 

 

 

 

 



 

 

 

 

 

 

 

 

 

 

 

 

 

 

 

 

  나와 가까운 그 여자는 흘리는 일에 달인이다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

  지갑을 스카프를, 심지어 핸드백조차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를 뜬다

 

  한 생각에 몰두하면 그것 밖의 생각을 흘려버리는

  얼굴도 곱상한 그녀는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두고 온 것을 찾겠다고 허둥거린다

 

  언젠가 내가 물었다

  도대체 왜 그래요?

 

  하지만,

  마음만은 흘리지 않는다고 맹세하는 그 여자

  먼 간이역 의자에 두고 온 청춘이

  아직 있을 것만 같아 망설이는

 

  저쪽 세상 가다가도

  흘린 것 찾으러 다시 되돌아올 것만 같은

  그. 여. 자

  나를 닮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