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쓰러졌다
지난밤 쿵 하고 넘어졌을 때
달빛만 잠깐 흔들렸을 뿐 알아챈 사람이 없다
지상에 뿌리를 내놓은 채 누워버린 나무
깃들어 살던 새들이 저만큼
쓸데없는 말들만 쪼아대고 있었다.
지나치게 곧은 성정 때문이라고도 하고
정작 자신에게 무심한 때문이었다고도 했다
깃들여 살던 자신들 때문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뿌리째 뽑혀 누워서도 전혀 말이 없는 나무
그 상처투성이뿐인 몸뚱어리를
지나가던 바람만 멈칫거리고 있다
무심한 달빛만 어른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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