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아버지 / 심억수

 

 

 

 

 

 

 

 

 

 

 



 

 

 

 

 

 

 

 

 


  나무가 쓰러졌다

  지난밤 쿵 하고 넘어졌을 때

  달빛만 잠깐 흔들렸을 뿐 알아챈 사람이 없다

 

  지상에 뿌리를 내놓은 채 누워버린 나무

  깃들어 살던 새들이 저만큼

  쓸데없는 말들만 쪼아대고 있었다.

 

  지나치게 곧은 성정 때문이라고도 하고

  정작 자신에게 무심한 때문이었다고도 했다

  깃들여 살던 자신들 때문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뿌리째 뽑혀 누워서도 전혀 말이 없는 나무

  그 상처투성이뿐인 몸뚱어리를

  지나가던 바람만 멈칫거리고 있다

  무심한 달빛만 어른대고 있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 / 신표균  (0) 2024.12.28
야생화 / 송희  (0) 2024.12.28
삼류 시인 / 조은길  (0) 2024.12.28
술보다 더 독한 세월 / 오선장  (0) 2024.12.28
육십령 4 / 박일만  (0) 202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