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부어오른 내 눈을 들여다보고
쯧쯧쯧 혀를 차던 할머니
해 뜨기 전에 양밥*을 해야 한다며
뒤안 장독가에서 사금파리 하나를 주워,
오가는 발길 많은 골목 길바닥에 작은 돌멩이로
사금파리를 고아 솥 하나를 건 당신
다래끼가 난 내 눈
눈시울에서 털 하나를 뽑아서 솥 위에 올려놓고
솥을 걷어차는 사람에게 다래끼가 옮아간다며
동트는 하늘을 향해 합장하는데 마침,
뒷골 당감 할아버지 황소가 사금파리 솥을
그 육중한 뒷발로 툭 차버리고 지나갔다
예끼, 영감태기! 그 눈에 다래끼나 옮아라!
저주를 퍼붓는 할머니
때마침 아침 햇살에 하얀 사금파리가 맑게
반짝였다
양밥: 신에게 기도하여 재앙과 질병을
물리치는 민간에서 하는 주술적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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