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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죽 냄비 앞에서 / 황윤현

 

 

 

 

 

 

 

 

 

 

 

 

 

 

 

 

 

 

 

 

 

 

 

 

 

 

  죽을 참 맛있게 끓여주시던 어머니

  군에서 수술을 받았을 때 통합병원까지

  들고 오신 잣죽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을 위해 죽 냄비 앞에 섭니다

  작고 볼품없는 나무주걱을 잡으며

  닳아서 둥그레진 모서리

  거스스름하게 착색된 세월의 물 때

  불을 세게 키우지도 못한 채

  조금만 태만하면 금세 늘어붙는 죽

  뜨거운 열기 앞에 서서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쉼없이 저어야 하는 죽

 

  어머니는 그렇게 한평생 남편과 자식 셋을

  온몸으로 보살핀 겁니다

 

  죽 냄비가 잠시 뿌옇게 흐려지고

  칠칠치 못하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야할 죽에

  짭쪼름한 물 한 방울 떨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어만 가는 어머니의 부재

  늘 앉으시던 자리에

  세월이 먼지처럼 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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