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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청첩의 목적 / 홍소식

 

 

 

 

 

 

 

 

 

 

 

 

 


 

 

 

 

 

 

 

 

 

 

 

 

 

 

 

 

 

 

 

 

 

  오늘 우리 결혼합니다

 

  예고 없는 방문

  염치없는 침투

  무례한 직진이다

 

  지하철 강남역 1번 출구 도보 5분

  셔틀버스 수시 운행

  한강을 건너는 일은 당신의 선택

 

  우린 얼마짜리 관계일까

  자존심과 체면을 변수로 셈을 해도

  계산은 각자의 영역

  휴대폰으로 전송된 청첩장의 무게가

  가벼우면서 가볍지 않은 이유

  알면서도 잘 모르겠다

 

  불편한 마이너스

 

  이번 생은 내내 갚아야 한다

  체면과 예의와 질서가 습관적으로 너무나 많다

  청구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된 적 없는데

  채무 증서를 방명록과 식권으로 교환한다

 

  타인도 지인도 아닌 자리에서

  순식간에 관계는 맺어지고

  나는 어정쩡하게 밥을 먹는다

  왠지

  오늘따라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

  지인의 부고 소식이 톡으로 전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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