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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수세미 / 이규대

 

 

 

 

 

 

 

 

 

 

 

 

 

 

 

 

 

 

 

 

 

 

 

 

 

 

 

  쭈글쭈글하고 기다란 몸속에 감춰진

  성긴 그물

  몸을 열고 나오자 까만 씨 몇 점 품고 있다

  장작불에 삶아 눌러 씨 빼고

  말리는 노고 끝에 수세미로 태어난다

 

  이제부터 부엌이 제집이다

  좁은 공간에 갇혀

  젖은 몸을 말릴 때도 언제나 음지

  밀려드는 식구들 감당하느라

  올이 죄다 늘어나도 올망졸망 살가운

  밥공기 닦을 때는 시름을 잊는다

  누렇게 빛이 바래고 기진맥진한 수세미

 

  이 세상 뜬 후 소식 없는

  어머니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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