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구부려 앉아 구멍을 깁고 있다
벌어진 틈새를 비집는 바람소리
떨리는 문풍지에 숭숭숭 구멍 뚫고
뼈마디 마디마다 한 땀 한 땀 박히는 눈발,
지나온 길은 활처럼 휘어지고 움푹 팬 눈 속에
침침하게 고이는 달,
흐릿한 구멍에 갇혀 혼잣말을 태운다
낡은 문 밖에는 기침소리 자욱하고
인기척 없는 밤을 밤새도록 깁고 있다
휘우듬 저문 들판을 노인 홀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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