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상동 파출소에서
남해 지킴이로 근무하는 박기영 씨는
남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데요
남녘의 햇살처럼 따뜻한 정이 넘치고
쪽빛바다만큼이나 심성이 맑아서 제 아무리
사나웁고 모진 사람도 그와 눈 한번 마주치고 나면
꼼짝없이 순한 양이 되고 맙니다
자신을 똑 닮은 두 아들을 둔 쌍둥이 아빠이기도 한 그가
미륵이 도운 땅이란 이름의 미조포구를 지나칠 때
어렵사리 꺼내놓은 이야기는 지족 죽방령에서
건져 올린 짭조름한 멸치맛 같기도 하고
남해의 햇살과 바람에 제대로 맛이 든 달고
매운맛 같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울컥,
목젖이 뜨거워지고 말았습니다
자식들 모두 대처로 떠나보내고
고향에 외로이 남은 어르신들 찾아뵙고
안부를 챙기는 일도 지킴이의 하많은 업무 중에
들어 있는데요
순찰차를 타고 어르신들 찾아뵈러 갈 땐 제 아무리
뜨거운 여름날에도 자동차 에어컨은 꼭 끄고
다니신다는 것이었는데 그 까닭을 물으니
어르신들 온종일 뙤약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시는데 차 타고 다니는 것만도 송구스러운데
에어컨 바람까지 쐰다면 그건 너무
염치없는 일 아니냐고 되묻는 바람에
한 순간 나도 머쓱해져서 마침 날아오르는
갈매기의 궤적을 눈으로 좇다가 문득
옆자리를 훔쳐보니 박기영 씨는 온데간데없고
미륵님이 턱 하니 운전석에 앉아
빙긋이 웃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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