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 보면
왠지 그 방 아랫목에 눕고 싶다
바람에 치이고 사람에 치인 허리 지지고 싶다
청동화로에 감자 서너 개 구워 먹고 싶어진다
메줏내 퀴퀴하게 맡으며
하느님보다 무섭던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진다
수염이 잘 어울리고 눈이 부리부리 했던
왼손잡이에 시조창을 읊던
청산리 벽계수 다시 흘러오지 않지만
왠지 알싸한 냉괄 내 배인
그 뜨뜻한 아랫목에 벌렁 눕고 싶어진다
신문지로 척척 발라놓은 천장
쥐들이 줄달음치고 더러 쥐 오줌이 베인
뭣보다 그날 불었던 샛바람과
햇빛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내처 달려 들어가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알 늘어지게 따뜻해지고 싶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 날 있다 / 백무산 (0) | 2025.03.02 |
---|---|
밥1 / 강신용 (0) | 2025.03.02 |
이유가 있었다 / 신광철 (0) | 2025.03.02 |
동행 / 복효근 (0) | 2025.03.02 |
인연 / 윤성택 (0) | 2025.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