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십 년
내 손으로 아내의 손톱 발톱을 깎아주었다
한 오 년은 힘없어도 겨우겨우 예쁜 손톱을 내밀며
조금은 자신 있게 못생긴 발톱을 내밀며
조금은 부끄럽게 넌지시 미소를 건네주던,
그 후 한 오년은 미소마저 잃어버린 채
맥 없이 지쳐버린 그녀의 손톱 발톱
그 긴긴 날들이 한순간의 꿈같다
그럼 누가 무덤 속에 자란 손톱 발톱을 깎아 줄까
어느새 내 슬픔도 이만큼 자랐는데
어디쯤 갔을까
이제는 따라가지 못할 이승의 밖
당신과 나는 수억 년을 건너뛴 공간 밖이라는데
오늘 따라
남한강 아침안개에 젖어 있을
아내의 하얀 발톱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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