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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선짓국 / 윤영자

 

 

 

 

 

 

 

 

 

 

 

 

 

 

 

 

 

 

 

 

 

 

 

 

 

 

 


  봄 햇살 한 줌 비껴간 자리

 

  겨울을 밀어낸 바람구경 나왔다

  청도 오일장 서는 날

  너나 할 것 없이 머리에 이고 지고 리어카를

  밀고 당기고 전대 허리춤에 질끈 조여 매고

  왁자지껄 사람 냄새 틈바구니 속

  겨우 자리 하나 잡은 노점상 할머니

  마수걸이 배추 한 잎 쓱 문지르는

  얼굴에 주름이 쫙 펴지고

 

  장터 사거리 맞은편 만보식당 가마솥단지

  선지해장국 펄펄 끓는 소리

  누렁소 울음처럼 들리는 허기가 노랗다

 

  햇살 그을린 오후,  파장할 무렵

  새벽 서둘러 나섰던 허기 채우려고 붉은 형광등에

  비친 푸줏간엔 진열된 살덩이 한 점과 비릿한 선홍빛

  선지 한 사발 덩달아 저울 눈금 기울기에

  덤으로 보태준다

 

  선짓국 붉은 핏물 들어 뚝배기에 넘친

  영산홍 만개한 계절은 꽃 멀미로 한창인데

  팔려 나온 누렁소 걸음은 萬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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