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화단이나 좋은 나무를 보면
오줌이 마려워진다
그것들의 뿌리에 에너지를 보태고 싶어
하늘과 땅의 정기가 내 몸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오줌길을 통해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장엄한 순간을
초목과 나누며 그것들의 떨림을 듣는다
우리 집안을 일으키신 농자, 고조부께서는
절대 대소변을 밖에서 허비하지 않으셨다
참고 참으며 어기적 걸음으로 집에 돌아오신 다음
마지막 한 방울까지 두엄으로 보태셨다
이 아까운 걸 변기에 버리고 물까지 내린다고?
왕숙천 변을 친구들과 걷다가
갑자기 그 어른 생각에 돌아서서
대지를 흠뻑 사랑했더니
고조부 웃음소리 쟁쟁하게 들려온다
- 시집. 세상을 사랑하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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