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논병아리 어미가
갓 부화한 새끼를 등에 업고 강을 헤엄쳐 가고 있다
어미의 마음이 등 쪽으로 온통 쏠려 있다
누구를 업는다는 것은 기꺼이 져 주는 일
이기기 위해 지는 게 아니라 몸을 낮춰 깨끗이 지는 일
져 준다는 것은 바닥에 팽개치지 않고
자신보다 높게 올려 떠받들어 전부를 사랑해 주는 일
그 무게에 등이 휜 다해도 눈부시게 감당하는 일
완전무결하게 진 자세로 세상의 물살을
갈퀴로 먼저 살살 헤집어 주는 일
아이 둘을 업어 키웠던 나는
다 커 버린 지금도 가끔 업어 주고 싶을 때가 있다
바닥이 되었다가 우뚝 일어서주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업는다는 것은 뒤통수의 느낌만으로
뒤뚱거리며 오는 걸음마의 방향을 알아 맞히는 일이며
두 팔을 뒤로 내민 순간 자신은 까맣게 잊는 일이다
뿔논병아리가 지나간 물길이 부드럽게 닫힌다
어린것들을 업어 주려고
강은 저렇게 굽이굽이 휘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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