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군데를 들러 그녀를 만났다
통뼈인 그녀는 엉덩이가 펑퍼짐해서
자식도 쑥쑥 잘 낳을 거라고 했다
그녀의 체온은 220 볼트
끈덕지게 사내를 덮치고 스파크처럼 튀어 올랐다
그녀의 괴성은 아래층 사내까지도 몸 달게 하고
독 오른 눈빛으로 문을 두드리게 했다
모든 정사는 쉽게 지치지 않는 법
그녀는 표정 한 번 바꾸지 않고 위층 아래층
사내를 가리지 않고 날마다 받아들였다
누가 뭐래도 최고였던 그녀,
얼마 전부터 자꾸 앓는 소리를 낸다
내 관절의 통증과 지지직 합선이 된다
노산인 그녀
덜컹거리며 만삭의 몸을 돌리기 시작한다
만성 요통인 내 허리가 뻐근해 온다
그녀의 불규칙한 신음이 잦아졌다
마지막 출산을 끝내면
베란다 구석에 편안히 잠들 그녀
오랫동안 기다려온 휴식이 마지막 손님처럼 찾아왔다
폐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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