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길에 한 잔 어떤가?
우리 오랜만에 자갈치로 빠져봄세
요즘 운치가 예전 같지 않다 어떻다 하지만
우리 젊은 날의 노트 같은 파도가 펄럭대고 있잖은가?
옛 미화당 자리를 지날 쯤 어디 갔다 이제 왔냐고
오랜 외도 끝에 찾아온 지아비 보듯
바다가 샐쭉 토라질 거야,
그럼 요즘 왜 이리 사는 것이 고단하지 대충 눙치며
민망한 엉덩이부터 무작정 들이대는 거지 뭐
변방을 벗어나려 그리 발버둥 치다가
곰장어가 석쇠 가장자리로 자꾸 도망치듯
기실 변방만 헤대다 온 거 다 아는데
자갈치까지 와서 표정 관리하는 사람 있나
바닷바람이 머리카락 마구 헝클어도 그냥 둬
그렇다고 술기운에 몽땅 고백하면 안 돼
조강지처에겐 믿는 거 하나는 있어야 하거든
밑천 바닥났어도 또 기다려봐라 하는 거지 뭐
물론 자갈치도 이미 다 눈치를 챘겠지만
어두운 바다 쪽으로 칠칠 오줌을 갈기면
너 젊었을 땐 이랬다면서 큰 파도 몇 번 일으켜주지
아마 그때일 거야
그동안 안 쓰고 있던 몸속 어떤 근육들이
파르르 떨리는 걸 느끼게 될 걸
그래 맞아,
오늘 우리 자갈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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