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을 펴본다
보면 볼수록 난해한 미로
길흉화복이 미세하게 음각된 내 생의
판도가 드러난다
지난날 무심히 지나쳐 온 산과 들이 보이고
구겨진 세월처럼 흐르는 강물
내가 걸어온 길도 보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저문다
신은 맨 처음 인간을 이 세상에 보내며
두 장의 지도를 쥐어 보냈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그래서 함부로
보여주기 거북한 운명의 기호를 새겨 보냈다
해답은 일러주지 않았다, 다만
저 홀로 분별할 혜안을 주고
저 홀로 걸어갈 수족을 주었을 뿐
아, 이 많은 길 중에
나는 여태 어느 길로 왔을까?
다시 손바닥을 펴본다
좀처럼 판독하기 어려운 이 무용(無用)의
지도를 쥐고 나는 아직 오리무중
영원한 미궁 속을 헤매는 걸까?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 / 원종태 (0) | 2025.05.26 |
---|---|
엄마는 / 가혜자 (0) | 2025.05.25 |
차이 / 이비단모래 (0) | 2025.05.25 |
그 너머 / 고경숙 (0) | 2025.05.25 |
기다림에 대하여 / 박가월 (0) | 2025.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