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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손금 / 임영조

 

 

 

 

 

 

 

 

 

 

 

 

 

 

 

 

 

 

 

 

 

  손바닥을 펴본다

  보면 볼수록 난해한 미로

  길흉화복이 미세하게 음각된 내 생의 판도가 드러난다

  지난날 무심히 지나쳐 온 산과 들이 보이고

  구겨진 세월처럼 흐르는 강물

  내가 걸어온 길도 보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저문다

  신은 맨 처음

  인간을 이 세상에 보내며 두 장의 지도를 쥐어 보냈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그래서 함부로 보여주기 거북한

  운명의 기호를 새겨 보냈다

  해답은 일러주지 않았다, 다만 저 홀로 분별할

  혜안을 주고  저 홀로 걸어갈 수족을 주었을 뿐

  아, 이 많은 길 중에 나는 여태 어느 길로 왔을까?

  다시 손바닥을 펴본다

  좀처럼 판독하기 어려운 이 무용(無用)의 지도를 쥐고

  나는 아직 오리무중

  영원한 미궁 속을 헤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