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을 펴본다
보면 볼수록 난해한 미로
길흉화복이 미세하게 음각된 내 생의 판도가 드러난다
지난날 무심히 지나쳐 온 산과 들이 보이고
구겨진 세월처럼 흐르는 강물
내가 걸어온 길도 보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저문다
신은 맨 처음
인간을 이 세상에 보내며 두 장의 지도를 쥐어 보냈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그래서 함부로 보여주기 거북한
운명의 기호를 새겨 보냈다
해답은 일러주지 않았다, 다만 저 홀로 분별할
혜안을 주고 저 홀로 걸어갈 수족을 주었을 뿐
아, 이 많은 길 중에 나는 여태 어느 길로 왔을까?
다시 손바닥을 펴본다
좀처럼 판독하기 어려운 이 무용(無用)의 지도를 쥐고
나는 아직 오리무중
영원한 미궁 속을 헤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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