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조카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본다
서로 늙어 보여 고소하다가 돌아서서
키득키득 웃는다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
아직 깜장머리 그대로인 동생의 뒤통수나 한 대 갈긴다
오십 넘어 무럭무럭 솟는 용심이라도 있어
빛나게 잘 닦아놓은 차에 발길질을 한다
새로 이사 간 집에 가 고스톱이나 치자고
반질반질 원목마루에 담배구멍이나 내자고
얼추 합의를 보다가
부엌에 올려놓고 온 냄비 생각이 난 듯
달달달달 급히 시동 걸어 내뺀다
번갯불처럼 만나 헤어지고도 서운하지 않게 된
아버지 어머니의 형제들이 사이좋게 낳아주고 간
사촌들
수십 년 전 그 모습도 아슴한 할아버지 할머니 골격이
얼굴 위로 희미하게 떠오르고 있는 사촌들
다시 만나면 또 이름이 아리송해질 사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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