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옷을 걸치고 단추를 잠그려는데
단추 하나가 덜렁덜렁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자신을 옭아맨 실을 풀고
제자리에서의 이탈을 꿈꾸고 있었나 보다
손으로 쥐고 당기면 툭,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단추를 여미지 않은 빈자리가 어색하다 단지,
자리 하나 비었을 뿐인데 옷매무새가 단정치 못하다
삶의 어느 강가, 징검다리를 건너다
돌덩이 하나가 비어 황당했던 기억처럼
자리를 비운다는 건, 균형을 깨뜨리는 일
生의 거대한 물살을 거스르는 일
그 어느 것도 단추의 빈자리를 대신 할 수 없음을 알겠다
홀로 떨어져나간 단추가 아무런 쓸모없듯이
잠시 느슨해지려는 마음을 실로 꽁꽁 묶어 둔다
다시 팽팽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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