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독자였다
끊을 수 있으면 끊어봐라
사랑이 큰소리쳤다
네 이름에 걸려 번번이 넘어졌다
공인된 마약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문 앞을 서성이다 어두운 골목을 걸어 나오면
목덜미로 빗물이 흘렀다
전봇대를 껴안고 소리치면 빗소리가 나를 지워버렸다
늘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아득한 너를 만지다가
슬픔에 털썩, 무릎을 꿇기도 했다
밤새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 데도 닿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네게 감염된 그때, 스무 살이었고
한 묶음의 편지를 찢었고
버릴 데 없는 슬픔을 내 몸에 버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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