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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 이상국

 

 

 

 

 

 

 

 

 

 

 

 

 

 

 

 

 

 

 


 

  비가 오면 

  짐승들은 집에서 우두커니 세상을 바라보고 
  공사판 인부들도 집으로 간다 
  그것은 지구가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가 오면 마당의 빨래를 걷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고 
  강을 건너던 날 낯선 마을의 불빛과 
  모르는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비는 안 가본 데가 없다 

  빗소리에 더러 소식을 전하던 그대는 
  어디서 세상을 건너는지 

  비가 온다 
  비가 오면 낡은 집 어디에선가 
  물 새는 소리를 들으며 
  나의 시(詩)도 그만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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