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팔순 노모의 전화를 받았다
애비야 곰탕 한 솥 끓여놨는디 우짤끼고
올 거 같으모 비닐 봉다리 여노코
안 올거모 마카 도랑에 쏟아 부삐고
이튿날 승용차로 세 시간을 달려
경북 봉화군 춘양면 본가로 곰탕 가지러 갔다
요 질 큰 기 애비 저 봉다리는 누야 요것은 막내
차 조심혀 잠 오믄 질까 대놓고 눈 좀 부치고
묵처럼 굳은 곰탕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오는데
세 시간 내내 어머니가 뒷자리에 앉아 계셨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씨그륵 씨그륵 곰탕이 울었다
차 앞 유리창이 곰탕 국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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