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목디스크가 왔다
하필이면 오른손에 왔다
새벽 기도 20년 만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되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깜깜 어둠이 악수를 건네려는 건지
사방이 인적 끓긴 놀이터가 되었다
이제 단풍놀이 가는 버스 안에서 막춤을 출 수도
고스톱 치며 상대가 싼 거 먹을 때
마음의 박수를 대신해서
따귀 소리를 올려붙일 수도 없게 되었다
어머니에게 목 디스크가 왔다
행주 잡은 손으로 플러그를 뽑은 것처럼
스치기만 해도 저릿저릿하다고 한다
처음 집 앞 놀이터로 아버지를 찾아왔던
57년 전과 똑같다고 그때 스친 손끝 같다고 한다
다소곳한 고개를 다시 들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 시집『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창비,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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