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폐차가 되고 싶다 / 강해림

 

 

 

 

더 이상의 질주도 전전긍긍도 타인의 피처럼 시큰둥해서

나를 나이게 했던 것들

툴툴거리며 편두통 앓던 나사못일랑

코르셋 훌훌 벗어버리듯 풀어버리고 싶을 때

 

어느 날 갑자기

폐경이 찾아와

어쩌겠나, 결코 폐업하고 싶지 않은 여자를

순순히 반납해야 할 때

 

오직 내 것이라 믿으며 탐했던

검은 아스팔트와의 뜨거웠던 동침도

추억의 트렁크도 텅텅 거덜 나서

절정의 아득한 높이에서

추락하는 붉은 녹이고 싶을 때

 

바퀴에 낀 진흙 같은

욕망을 배설하듯 딱 한 번의 서스펜스,

미친 속도의 짜릿한 전율에

목숨 걸고 싶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