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오늘이 니 귀 빠진 날인디 미역국은 챙겨 묵었냐,
나가 엄동설한에 느그 오빠랑 니를 낳아
이리 꼴딱꼴딱 아픈가 보다.
날갯죽지가 있음 훨훨 날아가 고깃점 쑹쑹 썰어 넣고
미역국 맛나게 끓여주고 올낀데
이젠 눈도 어둡고,
쩌기 날아 댕기는 새만 보면 부러워 죽겄당께,
아가, 남들은 살도 통통하게 찌고
이쁘게 화장도 하고 다니더구만
무슨 샛바람에 공부를 한다고
밤늦게까디 잠도 안 자고
머리털 다 빠지게시리 삐쩍 곯아서 다니누.
죽도 못 얻어 먹은 사람처럼,
시 나부랭이는 호랭이나 처먹으라고 줘버리고
맛난 것도 사먹고 새처럼 훨훨 낼아 댕기거라 잉,
시절 금방 간다야,
금방 늙어 빠져서 아무도 안쳐다 본당께,
똥개는 뭐 눈꾸멍이 없깐?
이제 나이도 한 살 더 먹었으니께
좋은 놈 만나 연애도 하고 그놈이 속 썩이걸랑
이 에미한테 델꼬와라 잉!
나가 다리몽댕이를 똑 분질러 놓을테니께,
나가 니 가졌을 때 하늘에서 내려 오는 조롱박을
치마 가득 따는 꿈을 꿔서 너는 어느 놈을 만나도 잘 살끼다,
나가 죽어서도 니 생일날 미역국 먹나 안 먹나
눈 요래 치켜 뜨고 지켜볼란다.
아따 근디 저놈의 똥개는
왜 저리 지랄 염병을 떨어쌌는지 모르것다.
밥 달라는갑다,
아가, 이만 전화 끊어야 쓰겄다.
에미 말 명심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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