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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낙원동 / 신미애​

 

이 동네엔 화려한 고층빌딩도 싱싱한 젊음도

깔끔한 식당도 없다

야트막한 건물에 칠이 벗겨진 벽과 간판

좁은 골목 어깨가 닿는 주점엔 낙서가 가득하다

추레한 차림새가 눈치 보지 않고

싸구려 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메우는

이 동네는 낙원으로 가득하다

상가, 식당, 떡집, 악기

가게들은 낙원을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낙원 밖에서 서성이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온다

공원 오래된 나무그늘과 낡은 벤치에

시들어버린 표정들이 둘러앉는다

허리 꼿꼿한 과거와 비뚤어진 세상을 풀어내다보면

따라온 적적함이 빠져나가고 때로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진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허름한 점퍼와 모자들 틈으로 시간이 낡아간다

낙원동에서 하루를 보내면

낙원과 한 발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