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게도 한 남자 때문에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다 늦은 저녁,
가슴에선 끊임없이 겁에 질린 희망들이 쏟아지고
걸어도 걸어도 언덕길은 끝이 없었다
골목길 접어들 때마다 두둥실 둥근달 따라오고
나는 담벼락에 쪼그려 앉아
가슴속에 쌓이는 희망들을 토해내고 토해내고......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그게 과거인지 현재인지 미래인지
나는 그만 아득해지지만
그날 밤 나는 모르는 집 담장에 기대어
하얗게 한밤을 꼬박 샜었다
달빛에 젖어......
달빛에 젖어......
그때 나는 알았다
달빛에 젖는다는 게 어떤 건지
왜 둥근달만 보면 그렇게 개들이 짖어대는지를
그때 알았다
달빛에 흠뻑 젖은 내 몸에서 주르르
배고픈 푸른 달의 입술
흘러내리고 흘러내리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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