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드문 간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날이 저물면 새들도 멈추지 않는 그 길
살다보면 웃을 수도 없는 그 길에
양팔 묶인 비너스들이 누워 있다
그녀가 자꾸 기침을 한다
식도와 기도 사이에서
사레처럼 되어버린 그녀
집이 아니면 모든 길은 허공인데
안개 속에 안긴 채
그녀는 유리창 투명한 생의 담벼락에서
무성한 넝쿨처럼 매달리고 싶어
입속의 푸른 말들 쉴새없이 뱉어내고 싶어
복도 쪽으로 얼굴 돌리는데
꿈속의 꿈속의 꿈을 꾸는
힘 놓친 손들이
허공 속의 세상을 쓰다듬는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얼룩덜룩한 비너스들
너싱 홈
담장 너머 차량 소음이 심장박동 소리라고
그녀는 자꾸 내려앉는 눈꺼풀을 닫으며 듣는다
*너싱 홈(nursing home): 노인전문요양시설(옮기면서)
- 이사라,『훗날 훗사람』(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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