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장닭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서
날이 밝았겠거니 하고 일어나면
새벽 세 시도 되고
네 시가 되기도 했지요
유정란 먹겠다고 기르는 그 닭을
그러나 나는 모가지 비틀어
소주 안줏감으로나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요
밤꽃내 진동하는 6월 어느 날엔가는
동네가 떠나가도록
유난히도 울어쌓는 웬수 같은 그 놈 때문에
웬일이랴 깨어서
우리 내외
뒤척이다 궁시렁대다 그만
갑자기 뜨거워졌겠지요
가끔은 아닌 밤에 꼬끼오
닭이 울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밤꽃내는 왜 스멀스멀
온 동네에 기어 댕기던지요
- 복효근, 『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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