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한 포대, 베란다에 들여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누런 간수 포대 끝에서 졸졸 흘러내립니다.
오뉴월 염밭 땡볕 아래 살 태우며
부질없는 거품 모두 버리고 결정(結晶)만 그러모았거늘,
아직도 버릴 것이 남아 있나봅니다.
치매 걸린 노모,
요양원이 들여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멀쩡하던 몸 물먹은 소금처럼 녹아내립니다.
간수 같은 누런 오줌 가랑이 사이로 줄줄 흘러내립니다.
염천 아래 등 터지며 그러모은 자식들 뒷짐 지고 먼 산 바라볼 때,
입 삐뚤어진 소금 한 포대 울다가 웃었습니다.
- 박후기,『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창비,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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