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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거꾸로 가는 시계 / 이희국

 

네 살 때 나는 가끔 오줌, 똥을 쌌다고 했다

별일 아닌 듯 그것을 치웠을 어머니

당신의 기억에 안개가 덮이고

나 몇 살이니?

백 살이니? 팔십 아홉이니?

아들에게 묻는다

어머니,

그때의 내 나이가 되셨다

잠시 기억도 슬쩍 지워버리는

저 지독한 지우개

깜빡 정신들 때,

마지막 품위를 지키려 빨던 바지를 놓아두고

무엇을 찾으려 했는지 방으로 갔다

거름 주던 배추밭처럼 화장실이 난장이다

가족이 잠든 밤

그 옛날 어머니처럼 지린내를 삼키며

문을 닫고 소리 죽여 바지를 빤다

어머니가 나의 네 살을 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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