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앵두 / 고영민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쒱, 하고 가로 질러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 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는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간간, 브레끼를 밟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 창비, <공손한 손 >, 2009. -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나라 / 양광모  (0) 2022.07.19
사랑이 읽히다 / 문현미  (0) 2022.07.18
통점 痛點 / 정희승  (0) 2022.07.18
눈물 밥 / 이병룡  (0) 2022.07.18
호스피스 병동 / 김종해  (0) 202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