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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잊기 / 강세환

 

- 무수골 꽃생강나무

꽃생강나무와 당신이 바꾸어 서 있어도 좋겠네

봄이 와도

봄이 가도

당신을 찾아 굳이 온 산 헤매지 않아도 좋겠네

지금 만나지 않아도

헤어지지 않아서 좋겠네

저녁 일곱시쯤 설익은 달빛이

잠시 당신을 데려다 놓았네

막 태어난 시 한 편인 양 두 손을 보듬어 당신을 안아보면

살 맞닿은 곳마다 쌉싸름한 향이 나서 좋았네

나를 뿌리치지 않는 당신은 생강나무였네

나도 생강나무가 되고 싶었네

멀리 남도 끝에 있다는 당신도

낯익은 생강나무도

늘 그렇듯이 꽃이 한번 피었다 졌다 해도

당신은 결코 생강나무가 아니었네

나도 생강나무가 아니었네

당신의 이름을 꼬깃꼬깃 접어 꽃생강나무 옆구리에 넣으면

당신도 생강나무가 될 것 같아 쿡 찔러보았네

내 옆구리에 당신을 넣듯이

꽃생강나무와 당신이 바꾸어 서 있으면 좋겠네

 - 시집 <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 실천문학사.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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