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그레한 저 지등紙燈은 누가 밝혔나
매미 울음도 석윳내처럼 밭아가는 팔월 한낮
느릅나무 그늘에 심지 적시고
자울자울 조는 그 둘레가 홀연
옛집 토담처럼 아련하여 문간에 걸면,
섣달그믐 집 나간 큰 애가 돌아올 것 같고
풍등風燈을 띄우면
꽈리 잘 불던 막내의 보조개가 실리고
두 손을 그러모으듯 속을 감싼 저 빛은
졸수록 자꾸 아려서
그 여름 홀어미마저 뜨고
그늘만 남은 집을 조등弔燈처럼
-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100호. 2019년 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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