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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긴 편지 / 나호기

 

 

 

 

 

 

 

 

 

 

 

 

 

 풍경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등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질 때

 그 안에 숨어 있던 씨앗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날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손금 속으로 사라지는

 짧은 그림자 말이지요

 

 너무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솟아올라 고이는 샘물처럼

 풍경도 슬픔을 제 안에 채워두어야겠지요

 바람을 알아버린 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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