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사 큰 쇠북을 백여덟 번 칠 때까지
쇠북소린 골 안에 모여 풍선처럼 부풀다가
쇠북을 다 친 뒤에야 하산을 시작한다
하도나 좁은 골을 한꺼번엔 못 내려가
수정같이 둥근 소리 기다랗게 휘어지며
간신히 몸을 비틀어 세상으로 내려간다
용문정(龍門亭) 목백일홍(木百日紅)
그 붉은 꽃에 취해 불콰해진 쇠북소리 꽃가지를 흔들다가
저녁 해 서산에 질 때 탑(塔) 마을에 닿는다
탑 마을 오일장을 두어 바퀴 둘러보고 퇴근하는
동산약국 김 약사의 귀를 감는,
수정사 먼 쇠북소리, 오늘 새벽 쇠북소리
- 시선집 <웃지 말라니까 글쎄> 시인동네.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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