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듯 바다로 달렸다
그 바다,
구석진 바위에 앉아 울고 싶어서 술을 마셨다
그냥은 울기가 민망해서 술기운을 빌려 운다
울 수 있는 만큼만 술을 마신다
그러면 바다는 내 엄살이 징그럽다고 덤벼들었다
노을이 질 무렵,
파도가 한 웅큼의 피를 쏟아버렸다
바다는 새벽을 잉태하기 위하여 날마다 하혈한다
일상의 저음부를 두드리던 가벼운 고통도
내 존재를 넘어뜨릴 듯 버거운 것이었고
한 옥타브만 올라가도 금새 삐그덕거리는 우리의 화음은
합의 되지 못한 쓸쓸함,
그래 가끔은 타협할 필요도 없이 해결 되기도 하지만
나와 함께 아파 할 아무도 없다면 어떠랴
징징대는 감정을 달래느라
늘 신경은 하이소프라노로 울고
끝내는 당도하지 못할 너라는 낯선 항구,
파도가 쓸고 가버린 것은 빈 소주병만이 아니었을까
시작도 없는 끝,
시작만 있는 끝
늘 함부로 끝나버리기 일쑤인 기약없는 시작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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