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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꽃냄새가 있는 밤 / 김충규

 

 

 

 

 

 

 

 

 

 

 

 

 

 

 

 

 

 

 

    어디서 꽃이 피는가

    디치약 냄새보다 환한 꽃냄새로

    누웠던 밤이 벌떡 일어선다

 

    제 울음소리에 놀란 고양이가

    그림자를 버리고

    이 지붕에서 저 지붕으로 넘어가고 있다

 

    달빛을 넘겨도 잠이 오지 않아

    나는 옥상에서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우리 집에 없는 꽃이 

    우리 집으로 꽃냄새를 퍼뜨리고 있다

 

    꽃냄새가

    잠으로 가는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내 속으로 들어와 주무세요, 하고

    꽃의 손길이 다가와서 유혹하는 밤이다

 

    때론 생을 무언가에 취하게 하고 싶다

    그 기회에 생의 길을 바꾸어도 좋으리라

 

    이 밤

    꽃의 남편이 되어

    꽃의 품속에서

    하룻밤 푹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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