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속에서 쟁기를 끄는 소의 불알이
물풍선처럼 늘어져 있다
아버지는 쟁기질을 하면서도 마음이 아프신지
자꾸만 쟁기를 당겨 그 무게를 어깨로 떠받치곤 하셨다
금세 주저앉을 듯 흐느적거리면서도 아버지의
말씀 없이는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는 소
감나무 잎이 새파란 밭둑에 앉아서 나는
소가 참 착하다고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아버지는 동네
앞을 흐르는 도랑 물에 소를 세우고
먼저 소의 몸을 찬찬히 씻어주신 뒤 당신의 몸도 씻으셨다
나는 내가 아버지가 된 뒤에도 한참 동안
그 까닭을 알지 못하였으나
파킨스씨병으로 근육이란 근육이 다
자동차 타이어처럼 단단해져서 거동도
못하시는 아버지의 몸을 씻겨 드리면서서야 겨우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힘들고 고단한 세월을 걸어오시는 동안
아버지의 소처럼 나의 소가 되신 아버지
아버지가 끄는 쟁기는 늘 무거웠지만
나는 한 번도 아버지를 위해서 백합처럼 흰
내 어깨를 내어 드린 적이 없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차가 되고 싶다 / 강해림 (0) | 2022.10.01 |
---|---|
들국화 / 정의숙 (0) | 2022.10.01 |
시월에 생각나는 사람 / 최정원 (0) | 2022.10.01 |
시월 / 목필균 (0) | 2022.10.01 |
10월에는 / 정연화 (0) | 2022.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