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는 영등포에서 와 모두들 망우리로 간다
돼지머리에 술잔을 받으며 바다로 나왔건
황야에 돌멩이로 내던져졌건
우리는 외로운 行旅者
너나없이 굴러 다니는 떠돌이
흘러가는 뜨내기
호의호식하든 호구지책 하든
종당에 가는 곳은 불망 멀고 어두운 곳
종착지는 같다
하여 비 눈 피할 수 있고
불 꺼뜨리지 않아 따슨 밥만 먹을 수 있으면
세상은 살만하고
초라한 목문패라도 제 것 달아
희미한 등화 아래 처자식 얼굴 보이고
성에 녹이는 훈훈한 정만 있으면
세상은 재미까지 난다
더구나 쌓인 책이야 없어도 부끄러움만 없다면
가난에 찌들고 병에 시들었어도
그 인생은 떳떳하다
때문에 우리 영등포에서 와 망우리로 가는 사이
오직 부끄러움 없을 일이다
- 文學과 知性.1975.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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