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산에 가서 뭐하니? / 최영근

 

 

 

 

 

 

 

 

 

 

 

 

 

 

 

 

 

   산에 가면 먼저

   일상의 울타리를 활짝 열고

   나를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그러면 나는

   길가의 작은 꽃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서

   새소리 들으며 산꼭대기 제일 높은

   바위에 올라 세상 때를 땀으로 씻어내고

   가장 가까운 공기를 마신다

 

   순간 고요히 들리는 자연의 숨소리

   저절로 열리는 마음의 문

   세상일 다 잊고 꽃피는 소리

   엽록소 맑게 숨 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반 가슴으로 이 능선 저 골짜기 거닐다 보면

   마주치는 건 나

 

   먼 옛날 삼국시대

   나무꾼이 목을 축이던 샘물가로 내려가

   젖은 가슴 바위 위에 널어놓고

   계곡물에 발 담근 채

   지나가는 계절을 불러 술 한잔 나누면서

   꽃이 되고 낙엽이 된다

 

   해 질 무렵

   저녁 예불 산사의  종소리 은은히 계곡에 차 오르면

   바람을 읽는 맑은 풍경 소리

   고이고이 가슴에 담는다

   세상 때 씻어내고 마음을 비우니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마 / 이지엽  (0) 2022.10.12
너를 사랑했던 시간 中 / 이근대  (0) 2022.10.12
行旅者 / 황명걸  (0) 2022.10.11
짐 / 신광철  (0) 2022.10.11
꽃을 위한 헌시 / 정규화  (0) 2022.10.11